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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리뷰

[서울 전시/국립현대미술관] MMCA 현대차 시리즈 2023: 정연두展 전시회 리뷰

by 파랑성 2024. 1. 5.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작품과 작가 소개, 그리고 전시회 리뷰를 포스팅하는 파랑성입니다.
현대 미술 좀 관심 있다! 하시는 분들은 한 번쯤은 방문해 보셨을 국립현대미술관.. 저도 방문하고 왔는데요!
 
사실 저는 2시간쯤 걸어다니다보니 한계를 느꼈습니다. 볼거리가 정말 많기도 많고..
집에서 국립현대미술관까지 거리가 좀 멀어서 한방에 다 보고 오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왔는데 일단 다 보는 건
성공은 했지만 뭐가 뭐였는지 좀 머릿속에서 정리가 필요했습니다ㅠㅠㅋㅋㅋㅋ
 
그리고 전 고전미술을 좀 더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혼자 왔으면 정말 쉽지 않았겠다 싶었는데요.
다행히 같이 왔던 친구가 전시를 되게 적극적으로 보더라고요..? 그리고 현대미술이 난해한 만큼
저희도 뇌 빼고 대화하며 작품 해석하다 보니 나름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난독증 이슈로 팜플렛. 자세히 읽기를 포기했습니다.
 이런 저라서. 죄송합니다. (현대미술이니까 봐주세요)
 


MMCA 현대차 시리즈는 2023년에 10회 차를 맞이했는데요! 현대자동차의 후원을 받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한국 중진 작가의 대규모 전시를 주최해 매년 세간의 주목을 받는 전시 시리즈입니다.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는 최우람 작가의 전시였는데요. 작년에 SNS에서도 화제가 된 바 있죠.
2023년에는 정연두 작가가 선정되었는데요, 서울대학교 조소과 학사, 런던의 골드스미스 대학원에서 석사를 졸업하고 2007년 최연소이자 사진 영상 부문 최초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한국의 주목받는 작가입니다.


 
일단 전시장에 들어가며 제일 먼저 저희가 마주하게 된 건 바로 이 설치작품이었는데요!

정연두, '상상곡', 2024

오.... 이건.. 미역? 나뭇잎? 석류알? 아 저건 단풍잎..
이러면서ㅋㅋㅋㅋ 대체 이건 뭘까.. 역시 현대미술. 이러고 있었는데요.

바닥에 이런 게 있더라고요. 뭔가 흰색 동그라미 안에 서보라고 하는 것처럼 보여서 홀린 듯 다가가 서보았습니다.
아니 그런데 제가 저기 서자마자 세상에 누가 제 귀에 대고 뭐라 뭐라 중얼거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기 딱 서면 저 석류알(?)이 제 정수리에 위치하게 되는데요. 잘 보면 저기 스피커가 있더라고요!
근데 진짜 무슨 러시아어..? 일본어..? 등등 다른 나라 언어로 뭐라고 막 중얼거립니다..
진짜 신기했던 건 딱 저 동그라미 안에 서있는 사람만 들을 수 있다는 거였어요! 바로 옆에 있는 친구는 거의 안 들렸다고 해요.
진짜 관자놀이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신기방기..
 

5 전시실로 들어가 보니.. 일단 저한테 왜 이러시는지.. 싶어지는 남자분이 영상 속에서 등장하십니다.
당황했습니다.. 생각보다 저 화면이 엄청나게 거대하거든요. 저 의자를 보면 아시겠지만ㅎㅎ
오른쪽에는 또 다른 분이 뭐라고 말을 하세요.
일단 눈치를 보며 이동을 합니다.
 

정연두, '백년여행기', 2023

어머나..
되게 낯설고 신선한 장면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쯤 되니 주제를 알아야만 할 것 같더라고요.
이번에 작가가 주목한 서사는 20세기 초 멕시코로 건너간 한인 디아스포라라 고합니다.
디아스포라란, 민족이 자의적 또는 타의적으로 기존에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 뿌리내려 집단을 형성하는 것을 뜻합니다.
 
 
정연두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문화적 다양성이 공존하는 이주민들의 경험과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예술가의 역할이듯 그들에 대한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고자 한 것 같습니다.
사실 요즘 사회에서 달성해야 할 주요 과제는 바로 이해와 공존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나와 다른 삶을 살아온 이들과 마주하고 그들을 이해하며 화합의 시도를 하는 것은 이주민들이 아닌 우리의 일상이기도 합니다. 개인주의가 뚜렷해진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가 다른 삶을 살아온 이들끼리 이해하고 살아가는 멕시코 이주민들의 세상을 엿보며,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무언가 깨달음이나 작은 변화가 생길 수 있지 않을까요. 예술의 힘은 바로 이런 곳에 있는 듯합니다.
 
 
왼쪽 모니터에서는 국악이, 가운데 모니터에서는 교포 콰이어들의 퍼포먼스 영상이, 큰 화면에서는 멕시코의 광활한 자연이 재생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시각을 관객들이 누워서 바라볼 수 있게 연출했네요. 왜 하필 누워서였을까요? 흠.
다음으로 이동해 보았습니다.
 

정연두, '날의 벽', 2023

이거 진짜! 전 이번 전시에서 제일 흥미로웠습니다. 일단 벽의 높이가 굉장히 높았습니다. 그런데 저기 농기구들이 다 설탕 뽑기로 제작된 거라고 해요! 보면서 어 이거.. 여름 되면 녹나? 싶었습니다. 이런 질문밖에 못하는 저라 죄송합니다.
세계 각국 농기구의 모양을 볼 수 있는데요, 양 옆의 벽은 흡음재로 마감해 조금 전 '백년 여행기'에서 소란스러웠던 곳과는 확 달라지게끔 적막한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합니다.
 
이 벽의 형태는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있는 '통곡의 벽'에서 영감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날의 벽은 로마에 의해 파괴된 성전, 그리고 흩어져야 했던 유대인의 역사와 홀로코스트까지 포함해 그들의 비극적인 역사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려 하셨다고 해요.
마체테는 농기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억압에 대항하는 농민들의 무기기도 했습니다.
설탕 재배가 억압과 디아스포라 발생의 원인 중 하나였기에, 저는 이 벽에서 억압에 대항하는 농민들의 투지와 공동체 의식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MMCA 현대차 시리즈: 정연두 작가님의 전시는 끝이 났습니다.
작품 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가장 스케일이 크기도 하고 워낙 신선한 소재들로 작품을 제작하셔서 그런지 이번 미술관 방문에서 강하게 인상이 남았던 것 같습니다.

북촌에 오시게 되시면 꼭 한번 방문해 보시길 추천드려요!
만 24세 미만까지는 무료입장, 만 24세 이상은 2000원입니다.
2월 25일까지 진행된다고 하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