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귀스트 로댕은 누구인가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은 19세기말과 20세기 초에 활동한 프랑스의 대표 조각가로, 가장 위대한 조각가 중 하나로 유명한 인물입니다. 로댕은 1840년 11월 12일에 프랑스 파리의 평범한 노동자 계층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1917년 11월 17일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로댕은 어릴 적 화가로서의 꿈을 가져 프티 에콜이라는 학교에서 드로잉과 페인팅을 공부했습니다. 그러나 조각가로는 젊은 시절 내내 뚜렷한 인정을 받지 못해 좌절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1862년 그의 누이이자 수녀였던 마리아가 복막염으로 세상을 떠났고, 좌절과 우울에 빠진 로댕은 조각을 그만두고 사제나 신부가 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사제가 로댕에게 다시 조각가의 길을 걷기를 권유하며 로댕은 다시 한번 장식품 조각을 시작했습니다. 로댕은 조각할 때 자연스러움을 중요시 했으며, 특히 조각의 표면에 자유로운 움직임과 감정을 불어넣는 데 능숙했습니다.
1877년 로댕은 파리의 전시회에 '청동시대'라는 작품을 출품했습니다. 이 작품은 출품과 동시에 큰 화제를 일으켰는데요, 당시 조각계에서는 조각의 모델을 일반적으로 신화 속 인물이나 성경적 인물을 선정했으나 '청동시대'는 평범한 일반인의 모습이었고 이상적인 신체비율을 가진 사람이 아닌 아주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운 모습의 조각이었기 때문입니다. 섬세한 로댕의 조각능력은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모델링(실제 모델에게 찰흙을 붙여 모양을 뜬 뒤 채우는 방식)을 한 것이 아니냐는 조각가 협회의 의심으로 혐의를 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로댕이 직접 조각했다는 것을 증명해 내자 조각가 협회는 사과했고 이 사건을 통해 로댕은 스타 예술가 반열에 들게 됩니다.
로댕의 대표작, '생각하는 사람 (The Thinker)'
현재 파리 로댕 뮤지엄에서 볼 수 있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한 남성이 깊은 내적 고민에 빠져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그림체는 근육과 뼈구조가 상세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은 머릿속에서의 사색과 고요함을 나타내며, 고요한 표정과 집중력 있는 모습이 돋보입니다. 머리를 턱에 근거리고 주먹을 꽉 쥐고 앉아 있는 모습은 단호하면서도 진지한 내면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세계 곳곳에 이 조각상들이 있습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부에노스아이레스, 코펜하겐, 스톡홀름 등 28개가 있고 모두 오귀스트 로댕의 원작이 맞습니다. 로댕은 사업가적 면모가 뛰어났던 예술가였기 때문에 숙련된 조각공들을 섭외해 로댕의 설계와 기획안 대로 조각공들이 이어서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세계 각국에 있는 '생각하는 사람'은 석고 모형을 만든 뒤 틀에 청동을 부어 청동 작품을 만들어내는 모델링 기법으로 생산되었습니다. 이러한 공정을 통해 한 번의 틀 제작으로 여러 개의 동일한 조각상을 생산할 수 있었습니다.
로댕의 또다른 걸작, '지옥의 문 (The Gates of Hell)'
처음부터 '생각하는 사람' 동상이 단독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이 작품은 바로 로댕의 또 다른 대표작인 '지옥의 문'의 일부로 처음 제작되었던 조각인데요, 세로 높이가 6미터, 너비 4미터에 달하는 이 거대한 문 작품은 현재 경기도 용인의 호암미술관 수장고에 잠들어 있습니다.
1880년, 로댕은 파리의 한 박물관의 입구를 장식할 작품을 만들어달라는 의뢰를 받았습니다. 이 박물관은 로댕에게 문학사 중 가장 위대한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 단테의 '신곡'을 주제로 제작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단테의 '신곡'은 단테가 저승을 여행하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기독교 문명을 엮어낸 명작입니다. 로댕은 '지옥의 문'을 이 '신곡'에서 묘사하는 지옥의 모습으로부터 모티브를 얻어 제작했습니다.
'생각하는 사람'의 동상은 '지옥의 문' 정중앙에 위치해 있습니다. 로댕은 지옥의 문 정중앙에서 생각에 잠겨있는 이 인물이 '단테'를 의미했다고 합니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로댕은 단테가 주로 쓰고 다녔다는 모자까지 함께 조각해 놓은 것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당시에는 이 동상을 '생각하는 사람'이라 부르지 않고, '시인'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지옥의 문'에는 단테 동상을 중심으로 신곡에 등장하는 190여 명의 고통스러워하는 존재들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또한 로댕은 이 장면을 통해 그가 존경하고 영감을 얻던 작가인 미켈란 젤로의 작품, '최후의 심판'을 오마주 하기도 했습니다.
1884년, 개인 컬렉터의 주문을 받아 작은 형태로 제작된 '생각하는 사람'은 이후에도 사람들의 관심과 요청을 받아들여 점차 큰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컬렉터들의 주문을 여러차례 받던 과정 속에서 신곡의 내용을 알아야만 이해할 수 있었던 제목인 '시인'에서 '생각하는 사람'으로 수정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동상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이 '단테'의 동상이라기보다는 '사유하는 자'로 변하기 시작하면서 단테를 의미하는 모자의 의미가 중요하지 않게 되자 단독 동상에서는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단테의 일반적인 이미지가 '생각하는 사람'과 다른 이유
로댕이 동상의 인물을 '단테'라고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실은 여러 논란을 남겼습니다. 다른 작품들에서 등장하는 단테는 보통 가녀린 체형과 늙은 듯한 고상한 이미지로 표현되었는데,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이러한 익숙한 단테의 이미지와는 상당히 다른 형태를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동상은 근육질에 나체로 형상화되어 있으며, 남성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모습을 띠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로댕은 이러한 논란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명했습니다. 그는 단테를 그저 고상한 시인로써가 아니라, 그의 사유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사람으로써 강인한 나체로 재탄생시키고자 했습니다. '신곡'의 작가인 단테를 로댕은 강인하고 깊은 사유를 하는 사람으로 형상화하였으며, 그의 내면적인 갈망과 사색을 표현하기 위해 근육질의 나체로 그림체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오귀스트 로댕은 근대 조각 예술의 새로운 페이지를 연 역사적인 예술가입니다. 그의 작품은 인간의 내면 감정과 사유를 형상화하며, 이상적인 비율의 인체를 추구하던 당시 조각계의 흐름을 벗어나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운 인체를 표현하는 데에 집중했습니다. '생각하는 사람'을 비롯한 그의 작품들은 오늘날까지도 예술의 상징으로 간주되며, 세계 각지의 미술관과 컬렉터들에게 그 가치를 인정받으며 보관되고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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