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화가와 작품, 전시들을 소개해드리는 블로거 파랑성입니다. 초현실주의 예술가들은 대표적으로 살바도르 달리, 호안 미로, 르네 마그리트, 마르크 샤갈, 그리고 막스 에른스트가 있는데요. 오늘은 이 다섯 화가들 중 친숙한 사물을 낯선 공간에 두거나 왜곡시켜 꿈속 장면 같은 작품들로 유명한 르네 마그리트에 대해 소개드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초현실주의'는 어떻게 생겨났는가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가족과 친구의 죽음, 그리고 도시의 파괴가 일상이 되었고, 이는 사람들이 충격, 우울감, 상실감에 빠지게 했습니다. 혼란스러움에 빠진 사람들은 하나둘 환각같이 의식 너머에 있는 무의식으로 정신적 도피를 하기 시작했고, 이성을 비판했던 다다이즘의 전통을 이은 '초현실주의'는 이러한 분위기 안에서 생겨났습니다. 무의식을 탐구했던 초현실주의자들은 그 결과물을 표현하기 위해 콜라주와 데페이즈망 등 여러 기법들을 개발했습니다.
르네 마그리트는 누구인가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 1898~1967)는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로, 틀에 박힌 사고방식을 깨게끔 장난기 가득한 작품을 제작했던 화가입니다. 브뤼셀 왕립 미술 아카데미에 입학에 회화를 공부했으나 졸업 후 광고회사를 다니던 그는 우연히 이탈리아의 화가 조르조 데 키리코의 작품집을 보게 되었는데 특히 키리코의 <사랑의 노래>라는 복제화를 보고 충격을 받았고, 그렇게 화가의 길을 걷기로 결정했습니다. 마그리트는 라상토르 화랑과 계약하며 작품활동에 집중했고, 초현실주의적 작품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고, 마그리트의 아버지 또한 그의 화가활동에 전폭적인 응원과 지지를 보냈다고 알려졌습니다. 초현실주의 화가들은 제각기 스타일의 초현실적 요소를 가지고 있는데, 마그리트 특유의 스타일은 현실의 것을 절묘하게 왜곡시키는 기법으로, 볼수록 신선하다며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작가입니다.
마그리트의 대표작, <빛의 제국>
이 그림에서 어떤 것이 잘못된 것인지 알아보시겠나요? 위쪽 부분은 뭉게구름이 가득한 맑은 대낮의 하늘이지만, 아래는 밤처럼 어둠에 잠긴 집과 비가 내려 물에 젖은 듯한 길이 있습니다. 하나의 이미지이지만 낮과 밤의 대조적인 이미지가 공존하고 있죠. 낮과 밤은 함께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마그리트는 아주 태연하게 이 둘을 붙여놓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그림을 딱 보자마자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캐치하기 쉽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장난기 넘치는 듯한 이것이 바로 마그리트의 화풍인데요, 사물을 익숙한 환경에서 추방시키고 낯선 곳에 재배치시키는 기법을 '데페이즈망'이라고 합니다. 르네 마그리트는 "이처럼 밤과 낮이 공존하는 풍경으로부터 우리는 경이롭고 매혹적인 힘을 느끼게 된다. 나는 이 힘을 '시'라 부른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미지의 배반>
담배 파이프가 크게 그려져 있는 이 작품. 아래에는 무엇이라고 쓰여있는 것일까요? 'Ceci n'est pas une pipe'란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뜻입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일까요. 파이프를 대놓고 그려놓았으면서 파이프가 아니라니. 파이프는 입에 물고 담배를 피우게 해 주는 도구입니다. 그렇다면 이 그림 속 파이프를 물면 담배를 피울 수 있을까요? 불가능합니다. 캔버스에 그려진 파이프 이미지일 뿐이기 때문이에요. 실제 '파이프'와 단어 '파이프'의 차이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듯하죠.이 그림은 마그리트의 예술세계를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열쇠 같은 작품인데요. 마그리트의 의중은 이러했습니다. 아무리 사실적으로 사물을 묘사를 한다고 해도, 이미지는 실제의 재현일 뿐 현실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나타낸 것입니다. 이 부분에는 초현실주의적 사고의 중요한 부분인 허무함과 무의식이 내재되어 있으며, 꿈과 현실 사이의 경계를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데페이즈망이란 무엇인가
데페이즈망(Depeaysement)이란 '추방'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조금 더 풀어서 해석하면 '나라나 정든 고향을 떠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그리트는 사물을 익숙한 환경에서 추방시켜 이질적인 환경에 아무렇지 않은 듯 배치해 놓았는데요. 이 덕분에 우리는 익숙한 듯 하지만 어딘가 기묘한 분위기 때문에 마그리트의 작품에 몰입해서 볼 수 있습니다. 마그리트가 창조하는 초현실적인 장면들은 너무 현실적이기도 합니다. 한꺼번에 보아야 비현실적인 것을 깨닫게 되지, 가까이서 보면 현실에서 늘 보이는 장면들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뻔뻔한 그의 시도는 낯선 곳에 있는 사물들이 신비로워 보이게끔 하는 효과를 냅니다.
르네 마그리트는 '화가'보다 '생각하는 사람'으로 불리길 원했다고 해요. 이는 단순한 조형적 표현을 넘어 그의 작품에는 철학적인 측면이 존재함을 의미합니다. 마그리트의 그림은 상상력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며, 관객으로 하여금 그림 속에 매료되게 만듭니다. 작품들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듯을 하죠. 마그리트는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것을 넘어 우리에게 현실을 다시 생각하게 해 보는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요? 영감을 주는 작품으로 유명한 마그리트의 그림들. 미야자키 하야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도 마그리트의 <피레네의 성>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영화 <매트릭스> 또한 마그리트의 <겨울비>에서 영향을 얻었다고 해요. 마그리트의 작품은 그림이 아닌 '생각'의 예술로 기억될 것이며, 마그리트가 캔버스 위에 남긴 실험들은 우리에게 계속해서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안겨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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